- 글내용
-
9월 2일 토요일 아침 9시 30분경에 역전시장 앞에서 425번 버스(나중에 관음교통임을 알았음) 를 타고 범어4동 주민센터에 내려 학원가기 전 막간을 이용해 안경점에서 안경을 맞추려고 시력검사를 하던 도중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왔다.
시력검사를 하던 중 이어서 ‘받을까? 말까?’ 고민을 했지만 왠지 이날따라 받고 싶어서 전화를 받아보니 아까 탔던 425번 버스 기사님으로부터 지갑을 버스에 두고 내렸다는 내용이었다.
마침 제가 내렸던 곳이 종점 근처라 기사님께서 이 주변에 올 때 시간을 알려주시면서 지갑을 받아가라고 하셨다. 학원도 들어 가야하고 안경 값도 내야하는 입장인지라 너무 감사하였다.
그런데 기사님이 오기로 한 시간이 되어 버스정류장에 가니 425버스가 이미 갔다고 전광판에 떠있었고 애태우며 다시 연락이 되었는데, 들어보니 아까 전화를 할 때 제 기준은 저가 처음에 내렸던 곳에서 부터였고 기사님의 기준은 지갑을 받는 정류장이어서 2정류장의 차이가 있었음을 알았다.
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죄송하지만 다음 이 정류장에 오실 때 주시면 받으면 안 되냐고 물었다. 그런데 기사님이 이번 코스를 돌고 교대하셔야 한다고 하셔서 지금 택시를 타고 쫒아오거나 지갑을 분실물센터에 맡기는 수 밖에 없다고 하셨다.
그래서 분실물센터에 가기에는 재수하는 입장이라 시간도 걸릴 것 같고, 무엇보다 카드며 당장 지불해야 할 안경비도 있고 해서 택시를 타고 쫒아갔다. 기사님께서 동부정류장으로 오라고 하셔서 택시기사님께 동부정류장을 가자고 하였다.
그런데 택시기사님이 택시운전을 하신지 얼마 안 되셔서 길을 잘 모르셨는데 버스기사님께서 저를 위해 신호대기 중에 택시 기사님과 통화까지 해주셔서 겨우겨우 우여곡절 끝에 동부정류장에 도착하여 지갑을 받을 수 있었다.
지갑을 찾기 전에는 정신이 없어서 몰랐지만 찾고 보니, 우리도 보통 기준으로는 주운 지갑은 당연히 주인을 찾아주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기사님처럼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시기는 정말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. 특히 제 지갑 안에 학원 학생증을 보고 학원에 전화까지 하셔서 제 연락처를 물어봤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사함과 따뜻함을 느꼈다.
비록 지갑을 찾으면서 택시비도 썼고, 찾느라 공부도 못했고, 안경점에서 부끄러움도 느꼈고, 땀도 흘렸지만 기사님 같은 분을 만나게 되고 감사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.
그리고 지갑을 찾고 기사님께 감사인사의 문자를 보내고 받은 답장에 씌여진 “늘 착하게~”라는 말이 깊이 와 닿았고 늘 바르게 배려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해주셨다.
기사님이 이 글을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전해 드리고 싶다.